[애니리뷰] 카구야님은 고백받고 싶어 – 사랑에 우위라는 게 있습니까?, 꿀잼, 애니,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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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문화

[애니리뷰] 카구야님은 고백받고 싶어 – 사랑에 우위라는 게 있습니까?, 꿀잼, 애니, 연애

by 유토피아 공식 계정 2020. 5. 7.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고백하고 맺어진다. 그것은 무척 대단한 것이라고 누구나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연인들 사이에도 명확한 힘 관계가 존재한다! 착휘하는 쪽과 착취당하는 쪽. 헌신받는 쪽과 헌신하는 쪽. 승자와 패자. 만약 당신이 고귀하게 살아가고 싶다면 결코 패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연애는 전쟁! 좋아하게 되는 쪽이 패배인 것이다’

연애는 전쟁이다. 그래서 둘은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등 뒤에 무기를 숨긴다.

초반 썰이 조금 길었다. 사실 이것이 이 애니메이션 ‘카구야님은 고백받고 싶어’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이로 인해 모든 사건이 일어나고 주인공들은 물론 주변인들까지 고통을 받는다. 명문 고등학교 ‘사립 슈치인 학원’의 학생회 멤버들 중 회장인 ‘시로가네 미유키’와 부회장인 ‘시노미야 카구야’가 주로 일을 벌이고 그 일로 인해 서로 고통받고 주변인들로 인해 또 크리티컬 히트를 받는다. 이렇게 말하고 있으면 마치 ‘통곡의 애니’ 같지만, 본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 하지 않던가.

그리고 그 둘의 고통이라는 것이 사실 그리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두 사람은 사랑앓음으로 인해 속이 타겠지만, 이것을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정말 재미있는 에피소드 그리고 키득대면서 웃을 수 있는 간식거리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집에서 어머니가 혹은 여성들이 왜 그렇게 드라마에 빠져서 사는지 알 것도 같다. 이런 달달함을 느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아 임성한 식의 막장 드라마는 빼고 말이다. 정말이지 ‘암세포도 생명이에요’는 어떻게 감싸줄 수도 없고 데스노트식의 사망도 정말이지...(그냥 보지말자)

자 그럼 그 고통의 주인공인 두 사람부터 살짝 살펴보자. 학생회장인 시로가네 미유키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성격에 공부도 잘 하는 언뜻 보면 만능인 남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공부는 잠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이룩한 것이고 그 외 다른 면에서는 괴멸적인 허당끼를 보인다. 노력으로 이를 커버하기는 하나, 일반인의 능력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물론 연애 면에서는 괴멸적이다. 그 와중에 세심하면서 남을 잘 도와주는 성격을 갖고 있는 남자다.

부회장인 시노미야 카구야는 대 재벌인 시노미야 그룹의 딸이다. 공부뿐만 아니라 예술 및 기타 잡기에도 능한 여자이지만, 표정 변화가 거의 없고(하지만 애니에서는 표정이 시시각각 변한다) 시로가네와는 달리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너무나 서툴다. 그런 카구야인 만큼 당연히 연애 면에서는 시로가네와 거의 동급으로 땅을 뚫고 들어가는 센스를 보인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그녀이지만, 그런 그녀라도 연애만은 어쩔 수 없는가보다.

적어도 작가는 둘을 간단하게 이어줄 생각은 없다!

이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그것을 서로 눈치채고 있다. 일반적이라면 이즘에서 서로 타이밍을 재서 고백하고 해피엔딩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 둘은 이 일반적인 상식을 비틀어버린다. 그리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먼저 고백하면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반드시 상대가 먼저 고백하게 만들어라’이다. 연애는 전쟁! 먼저 고백하는 자는 패배자나 마찬가지! 그래서 이 둘은 좋아하면서도 그것을 말하지 못하고 항상 등 뒤에 칼과 권총을 갖고 다닌다. 서로가 자신에게 먼저 고백하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 와중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하고 그것을 극적으로 바꾸는 데서 활약하기도 한다. 특히 서기인 후지와라 치카의 활약은 곳곳에서 눈에 띄는데, 학생회에서 서기가 아니라 귀여움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3회 엔딩에서 보여주는 치카의 댄스는 필견 사항일 정도. 이미 외국에서는 이 엔딩 댄스를 패러디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회계를 보고 있는 이시가미 유우의 활약도 빼 놓을 수 없다.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카구야. 시시각각 변하는 얼굴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된다.

우리는 이들을 보며 웃는다. 그런데 사실 이 둘이 하는 행동은 우리가 한 때 했을지도 모르는, 다소 오글거릴 수도 있었던 자존심 싸움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정말 부질없는 행동이었는데 그 때는 사랑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그렇게 자존심을 세웠었는지 모르겠다. 머리로 수 싸움을 하고 우위를 점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로 인해 아파하고 그렇게 서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막상 상대가 장시간 연락을 하지 않고 반응이 오지 않으면 또 불안해하고...

 

베스티(BESTie)_니가 필요해(Ineed You) : 가사를 들어보면 알 것이다.

필자는 이들의 사랑 싸움을 보면서 지금은 아쉽게도 해체한 걸그룹 '베스티'의 노래 '니가 필요해'가 생각났다. 물론 이 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는 엔카(일본의 트롯트) 분위기가 나는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이지만, '니가 필요해'의 가사를 한 번 세세히 들어보면 알 것이다. 가사 자체가 카구야의 심정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70% 정도는 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마도 트롯트 중에 더 어울리는 노래가 있을 것도 같은데, 필자는 온전히 트롯트 세대가 아니기에 내공이 약간 부족하다. 으흐흑...ㅠㅠ

미유키와 카구야의 관계는 애니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눈썰미가 좋은 분들이라면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이 둘의 관계가 어느새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특히 12화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 에피소드를 통해 미유키를 바라보는 카구야의 심정은 어느 새 크게 진화한다. 물론 이 둘을 간단하게 해피엔딩으로 엮어줄 생각이 없는 작가는 또 다시 붕괴 급 재앙을 일으키지만, 그 과정이 캐릭터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기에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는 것도 이 애니를 보는 재미이다.

이들은 사랑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싸우지만,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사랑에 우위라는 것은 없다’이다. 언제까지 먼저 고백하지 않고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사랑의 한 과정인 것을. 보는 이들은 ‘정말 쓸데없는 싸움을 하고 있네’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들은 진지하고 그 진지함에서 나오는 어색한 행동들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아무려면 어떠랴. 사랑이라는 것은 남녀가 할 수 있는 특권인 것을. 그러니 젊은이들이여! 우위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그저 마음껏 사랑하라! 그리고 그 사랑으로 인해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거라!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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